워라밸

나는 평생 내가 하고싶은것만 해본적이 별로 없다.
이것저것 하고싶은건 많았지만 20대 초반부터 돈을 벌면서 해야했기에, 취미를 시작했더라도 항상 시간에 쫓기다 지쳐 그만두기 일쑤였다. 생각은 많고 돈은 없고 시간도 없고 의욕도 없어지고 하는 악순환이었는데, 어느덧 그러다 서른후반이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정말 지쳐있었다.
스트레스를 잘 떨치지 못하는 소심한 스타일이라, 비교적 쉬운 일을 하는 서비스직에서 일하면서도 사내에서의 관계들, 고객 컴플레인같은 일들, 그리고 무례한 손님들과의 사소한 일들에도 영혼에 상처를 입었다. 퇴근할 때 쯤엔 몸과 마음이 물에 푹 젖은것처럼 무겁고 힘겨운 느낌이었고, 항상 엉망진창으로 순간을 모면하며 사는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어느새 상처가 쌓이고 쌓여 흉터가 생기고 굳은살이 생겼나보다.

지금도 그런 순간들에 화는 나지만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건망증으로 내 마음을 보호하게 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기억력 저하가 이럴땐 도움이 된다. 전엔 기억이 안나는 부분이 너무 답답하고 초조했는데 이제는 그냥 잊어버리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조금 잊어버려도 큰일나진 않더라. 내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할뿐. 대신 일상의 루틴이 있어서 실수를 줄여나가는 편이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그래도 조금은 스트레스를 떨치고 남편과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다니게 되었다. 자그마한 경차를 사면서 생긴 변화이기도 하다.
차가 없을땐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으며 영화나 다운받아 보고 잠들었는데, 차가 생기면서 가까운 파주나 일산에 드라이브 하다가 좋아보이는데서 밥도 먹고 경치도 둘러보기도 한다. 마음이 좀 트이는 느낌이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가 차를 사고나서 조금 생긴 것 같다. 차 사기 전엔 차에 들어가는 경비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차를 사고나니 돌아다니면서 먹고 노는데 쓰는돈이 더 많다. 하지만 날이 좋은 기간이 길진 않으니 날씨 좋을때 부지런히 다녀서 행복해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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