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짜리 여수 ktx 기차 여행 4

돌산공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여기가 여수 어디쯤인지 전혀 모르겠는 우리 네사람은 일단 내려오는 곳으로 추정되는길로 차도를 따라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 볕이 좋은 전망대가 있고 사람들이 풍경 구경을 하느라 전망대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여수는 곳곳에 전망이 좋은곳이 많았다.
가는길에 전망대를 볼까? 하는 마음으로 잠깐 앞에 서 있는데 어느새 어머님은 벤치에 자리를 깔고 누우셨다. 평소에도 안좋던 허리와 무릎이 많이 아프신가보다. 남편도 어느새 어머님 옆에 계단에 앉아 볕을쬐며 순식간에 졸고있다. 고양이과 인가보다.

분홍선 삼각형으로 보이는곳의 해상케이블카 있는곳이 아마 우리가 있는곳 같았다.

 아가씨와 나는 아가씨가 기차역에서 찾아온 큼지막한 여수관광지도를 펼쳐놓고 여긴 어디고 우린 어느쪽으로 갈지 여기가 무슨동인지 쓸데없이 심도깊게 진지한 긴 토론을 해 보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했던말을 계속 반복하는데 서로 못알아 듣고 있다.
아까 택시 타고 오다보니 수산 회 센터라고 써있는곳을 보았는데 거기로 가기로한다.
밥을 먹어야 한다. 다들 피곤하고 이제 지쳤다.
평균나이 47.5세인 우리들은 이제 무릎도 아프다.
그래서 사진이 없다.

돌산공원 아래로 걸어서 내려오니 차가 없다. 알고보니 공원 위에서 택시를 기다렸다가 타고 내려오면 된다고 한다. 어쩐지 지나가는 차들이 다 손님이 있고, 올라가는 택시는 내려오질 않더라니......

기적같이 저어멀리 지나가던 택시기사님이 우리를 보고 언덕을 올라와 태워주셨다. 기사님께 연신 감사하다고 하며 회센터로 가자고 하자 수산회센터에 내려주셨다. 그리고 여수 밤바다는 야경이 전부가 아니라 보름달이 뜬 잔잔한 바다에 비치는 달무리가 여수밤바다의 아름다움이라는 말도 해 주셨다.

출처 http://paper34.tistory.com/712 
나중에 집에와서 구글링해보니 이 돌산공원이 여수 야경을 보는데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한다. 사진이 환상적이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 보기로 했다.

나는 사실 노량진 수산시장도 가본적이 없고 가본곳이라고는 하나로마트의 수산코너가 가장 큰 수산시장이다. 여수의 수산회센터(아마 수산물특화시장인것 같다)는 2~3층 정도로 되어있는 큰 건물인데 1층에서는 갓김치며 건어물과 활어를 팔고, 2층에서 회를조리해 주는 식당이 있는곳이다.

광어는 가격이 통일되어 있어서 1kg에 3만원이었고 숭어나 여러 생선이 보이는데 하나로마트와 비교도 안되게 신선해 보인다. 펄떡펄떡거리는 꼬리며 눈알을 뚜루룩 굴리는 물고기를 보니 너무 신기하고 좋은데 여기서 어리버리해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잘 아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살펴본다. (하지만 딱봐도 외지에서 온 관광객 스타일이고 아마 파시는분들은 이미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걸 알고 계실거다.)
우리 네사람은 횟감을 빠른 눈길로 스캔했지만 사실 뭐가 좋은지 전혀 모른다.
호객을 한참 받으며 한바퀴를 돌아보고 통영에서 오래사신 어머님께 물어본다.
어머니, 어디가 제일 나아요?? 저는 아무리 봐도 뭐가뭔지 몰라요......

결국 어머니께 제일 적극적으로 호객한 집으로 낙점해서 숭어 3마리에 광어 1마리 해서 6만원 어치를 샀다. 예전에 어디에서는 고기를 바꿔치기한다는 소문을 들은적 있던 의심많은 나는 회 뜨는걸 지켜보고 가려고 했지만 뜰채로 잡자마자 도마에 올려놓고 고기 머리를 큰 칼로 쳐 버리시는걸 보고 믿기로했다.

알려주신 식당은 2층에 남원식당이었다. 식당에서는 멀리 바다와 해변 풍경이 보인다. 여수는 어딜가든 전망이 너무나 좋다.
식당에서 차림비가 매운탕 포함해서 인당 5~6천원 정도였던것 같다.
쌈장도 맛있고 회에 싸 먹는 갓김치도 맛있다.
회 밑에 까는 무채따윈 없다. 밥도 못먹을정도로 신선한 회로 배를 그득 채웠다. 매운탕도 간도 잘맞고 얼큰하니 좋아서 어머님와 남편, 아가씨와 나는 연신 여수에서 나오는 소주에 소맥에 맥주에 엄청 마셨다. 어머님은 숭어를 좋아하시는데 신선한 숭어를 간만에 원없이 드신다고 행복해하셨다.

여수분들은 가식으로 친절하거나 그런게 없어서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담백한 분들같았다.

두시간넘게 먹고 마시다보니 해가 다 졌다. 슬슬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보름달이 떴다! 사실 이날이 정월대보름이었다. 
엄청나게 큰 달이 떠서 핸드폰으로도 찍힐정도였다. 바다에 비친 달무리가 그림같다.

식당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다와 달이 보인다.
행복한 광경이었다. 잘먹고 배가 불러서 더 그런걸지도 모른다.

야경에 눈이 팔려 좀 더 걸어나가니 이순신광장이 나온다.
거북선모형이 광장 한가운데 있다.

거북선 안에 들어가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무료)
안으로 들어가보면 왠지 바다에 있는것 처럼 울렁울렁하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조그만 주먹밥에 생오이, 계란을 먹는 모형을 보니 왠지 짠했다. 지금 우리들은 가진게 참 많구나.

나를 짠하게 했던 생오이
광장 한켠에서 파는 보라색 솜사탕을 하나 사먹어보고 여수의 밤을 음미해 본다. 평상시같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솜사탕이지만 뭐 어떤가. 여수에 뜬 보름달같은 솜사탕을 들고 사진찍고나서는 택시를 타기위해 다들 모여 순식간에 와구와구 먹어치웠다.

이제 기차시간이 다가오니 어머님은 초조하신가 보다. 아직 30분 넘게 남았는데도 빨리 가야한다고 걱정이시다. 기차역에 내려서 양치하고 잘준비를 마치고 기차를 탔다.

8시 30분에 출발해서 밤 11시 58분에 도착하는 기차다.
행신에서 내려서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어왔다.
멀리 다녀왔는데 왠지 멀리 안다녀온것 같은 느낌의 여행이었다.

버스보다는 확실히 시간이 단축되기때문에 기차역에서 출발하기가 좋은 사람에게 권유한다. 
그리고 여수는 생각보다 작은 곳이라 택시를 타도 그리 돈이 많이 안나오고, 특히 씨티투어버스가 여러 관광지를 잘 돌기 때문에 이 여행이 꽤 만족스러웠다.

내돈 20만원 들여서 다녀온 후기다.


덧.
여행 다녀온 다음날도 출근했기때문에 여독으로 많이 피곤했는데, 그럭저럭 우리 네명중에 제일 젊어서인지 그나마 빨리 회복했다. 시어머니, 아가씨, 남편은 거의 몸살이 났다.
그리고 여독이 풀리고 하루이틀 지날수록 생각난다.
여수의 조용한 밤바다와 맛있는 회와 갓김치......

한번 더 가야겠다.
다음엔 서대회를 먹어봐야겠다.
다녀와서 알고보니 여수엔 맛집이 엄청 많단다!
자주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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