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나 예르몰로바 Alina ermolova

 마치 발레리나같은 우아한 몸짓을 가진 갸녀린 리듬체조 선수, 알리나 예르몰로바이다.
2001년생으로 이제 한국나이 18살이 되는 선수로 (너무 갸냘퍼서 운동 선수라는 말이 좀 안어울리긴 하다.) 시니어 첫해에 큰 부상으로 2017년부터 대회에 계속 못나오고 있어서 너무나 아쉽다.

 처음 예르몰로바의 안무를 봤을때, 아 이선수도 야나 쿠드랍체바 스타일이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 두 선수의 연기 스타일을 보면 누구라도 그런생각이 들 것이다. 비슷한 기술과 비슷한 동작이 겹치는게 많다.
사실 두 선수는 코치가 같다. 엘레나 카푸쉔코 코치가 경기장에서 제자들을 코치하는 모습을 보면, 외모에 신경도 안쓰고 부석부석한 머리에 표정도 없고 딱딱한 느낌이다. 라이벌인 마문의 코치와 큰 대조를 이루는데, 마문의 코치는 마문이 경기할 때 거의 본인도 같이 빠져들어 경기를 같이 한다. 표정도 아주 솔직하다.

카푸쉔코 코치는 항상 러시아 국가대표 트레이닝복 차림이고, 제자들이 경기할때 팔짱끼고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실수하면 뒤돌아서 나가버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카푸쉔코 코치가 가르치는 제자들은 너무나 여성스럽고 예술적인 경기를 한다. 남다른 카푸쉔코 코치의 스타일이지 않나 싶다. 경기할 때 모든 마스터리와 리스크가 하나의 작품처럼 물 흐르듯 연결되고, 창의적인 수구동작이나 몸동작으로 꽉 차 있다. 경기장을 넓게 사용해서 움직이는 반경도 넓고, 앉았다 일어나고 점프하고 수구를 돌리고 던지고, 또 독창적인 안무와 독특한 리스크동작들이 많아서 보는 이들이 시간가는줄 모르고 몰입해서 보게된다.
야나가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에 코치와 알리나가 뒤에 같이 서서 긴장하고 있는 모습도 카메라에 가끔 찍혔다.

예르몰로바는 2015년과 2016년의 세계 주니어대회 금메달을 휩쓸었다. 주로 폴리나 슈마트코와 같이 출전하는데 폴리나와는 코치도 다르고 연기스타일도 아주 다르다. 폴리나는 비트가 강하고 경쾌한 음악에 새빨간 입술을 바르고 표정도 부담스러울정도로 강렬하다. (2017년 폴리나의 음악중 하나는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 였다.) 정반대로 예르몰로바는 우아하고 세련된 선율의 음악을 주로 사용하고 연기 스타일도 고상한 발레를 연상시킨다. 같은 나라 국가대표 선수인데도 스타일이 이렇게 다른걸 보면 신기하다. 획일적으로 가르치는게 아니라 많은 다양한 코치들이 선수 스타일에 맞춰 훈련하는것 같다.

예르몰로바는 2015년 모스코바 그랑프리 주니어 부문, 리스본 주니어 월드컵, 홀른 그랑프리,카잔 러시안 주니어 월그컵, 소피아 주니어 월드컵, 부다페스트 주니어월드컵, 카잔 주니어 월드컵 파이널, 이온컵 에 출전해서 전부 AA 금메달 또는 TEAM 금메달을 땄다. 정말 전세계의 대회를 독식한 해였다.

2016년에도 많은 메달을 땄는데, 모스코바 그랑프리, 타슈켄트 해피 카라반 주니어 월드컵, 러시안 주니어 내셔널 챔피언쉽, 소피아 주니어 월드컵,유러피안 주니어 챔피언쉽등에서 AA 또는 팀 금메달 및 개별 종목별 메달을 땄다.

예르몰로바는 키가 크고 다리가 길고 얼굴은 아주 작다. 를르베가 아주 높아서 발끝으로만 걷는것 같아 경기장에 마치 한마리의 학이 걸어다니는 느낌이다. 마르고 늘씬한 선수들이 많은 리듬체조 선수들 중에서도 정말 특출나게 말랐다. 그래서인지 점프나 난도 수행할 때도 너무나 가볍게 수행한다.
본인의 경기중에는 어려운 동작에도 방긋방긋 웃으면서 하지만, 경기 마친 직후에는 표정이 굳으며 무표정하게 경기장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버릇이 있다. 후다닥 나가는 모습을 보면 많이 긴장했나 싶어 귀엽기도 하다.

2016년의 경기영상을 보면, 후프,볼,줄,곤봉 모두 이미 스타일과 스킬이 완성된 모습을 보인다. 다른 주니어들과는 확연히 차이도 나고 실수도 덜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몸의 표현이나 표정이 음악과 잘 어울린다. 특히 2016년 모스크바 그랑프리의 후프 영상을 처음 보고 시작장면부터 너무 놀랐다. 그리고 하나하나 음악과 절묘하게 맞아들어가는 안무도 굉장하고 그 안무들을 모두 해내는 선수도 대단했다.

주니어는 리본,곤봉,줄,볼,후프중에 4가지 수구를 선택해서 출전하는데, 예르몰로바는 리본으로 경기에 나간적이 없다. 항상 줄을 선택해서 2017년엔 예르몰로바의 리본 경기를 너무너무 기다렸는데 부상으로 1년을 넘게 쉬고 있다. 너무나 안타깝다. 주니어때 세계 1위였는데 시니어를 데뷔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에 마르가리타 마문과 야나 쿠드랍체바는 올림픽이 끝나 은퇴해서 빈자리가 생겼고, 그 자리를 채우는 선수들이 많다.
부상에서 돌아온 율리아 브라비코바나 예카테리나 세레즈네바등 많은 선수가 2군으로 세계대회에 출전하고 있고, 알렉산드라 솔다토바, 아베리나 쌍둥이가 세계선수권대회를 나가고 있다. 요새 솔다토바는 부상이 있는지 하반기부터 경기에서 보기가 어렵긴 하다.
또 주니어 대회를 보아도 라라 크라마리엔코등 너무나 다양한 선수들이 새로운 기술로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 예르몰로바의 자리를 더 좁게 만든다.

내일부터 2018 모스크바 그랑프리가 열리는 날이다. 주니어부터 시작해서 시니어는 17일부터 경기한다. 경기영상이 빨리 유튜브에 올라오길 바라며 2018년에는 알리나를 꼭 다시보게되길 바란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